“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 허미미가 파리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던졌던 출사표입니다. 비록 은메달리스트로서 시상대에 올라섰으니 이 말은 현실이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기 내용, 국적, 프로필 등을 총정리 해드리겠습니다.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유도 여자 57kg급에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정선용 이후 이 체급(당시 56kg)에서 28년 만에 은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이번 대회 한국 유도에서 거둔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예선 강호 격파 결승행
준비비 철저하게 한 허미미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몸상태를 보였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3위로 올라가 2번 시드로 16강부터 경기한 허미미는 팀나 넬슨 레비(10위•이스라엘)에게 반칙승을 거뒀습니다.
나란히 지도 2개를 받은 상황에서 골든스코어에 접어들었고, 허미미가 과감한 업어치기를 시도해 상대에게 세 번째 지도를 안겨 승리했습니다.
8강에서는 자신에게 3전 3승을 거두고 있는 천적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를 이겼습니다. 상대전적에서 말해주듯 천적이라 불릴 만큼 무척 까다로운 상대였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거푸 패했고,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결승에서도 졌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선 허미미가 초반부터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라그바토구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허미미는 상대가 계속 수비하게 만들었고, 라그바토구는 지도 2개를 받았습니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라그바토구는 종료 1분 전 배대뒤치기를 구사해 허미미를 넘어뜨렸습니다. 다행히 등으로 떨어지지 않아 실점은 면했으나 복부를 발로 차여 허미미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허미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종료 15초를 남기고 기습적인 안다리로 절반승을 따내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준결승에서는 베테랑인 실바를 만났습니다. 리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실바를 맞아 허미미는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안다리로 절반을 따냈습니다. 그러나 판독 결과 취소 판정을 받아 다시 경기는 원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위기를 넘긴 실바가 노련하게 응수했고 허미미도 적극적인 공격으로 맞받아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바가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지도를 받았습니다.
결국 점수 없이 연장전인 골든스코어에 돌입했습니다. 연장전도 1분 이상 지나간 상황에서 허미미가 업어치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먹히지 않은 상황에서 누르기로 굳히기에 성공하면서 절반을 얻어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세계랭킹 3위의 허미미는 30일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크리스타나 데구치(1위•캐나다)에게 반칙패를 당했습니다.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데구치를 결승에서 만나 연장 끝에 지도 3개를 안기면서 반칙승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허미미가 반칙패로 올림픽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다만 판정의 아쉬움이 따라 석연치가 않은 결과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데구치는 결승 내내 이렇다 할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허미미가 초반 안다리 후리기를 비롯해 업어치기를 번갈이 시도했지만 데구치는 수비하기 바빴습니다. 허미미는 계속 공격을 시도했고 누르기 기회를 잡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데구치는 방어를 하기 급급했습니다.
허미미가 공격 의도를 더 보였지만 심판은 위장 공격이라며 두 번째 지도를 줬습니다. 결국 점수 없이 연장전 골든스코어로 갔고, 허미미는 계속해서 업어치기 기회를 엿보면서 업어치기를 시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허미미에게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지도가 주어져 패배를 하였습니다. 데구치는 공격성을 보여주지 않고 수비만 급급했는데도 금메달을 따 경기 후 많은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습니다.
결승전 판정 무엇이 문제인가
결승전 판정 논란은 데구치의 경우 시종일관 소극적으로 시합에 임해 공격 시도 자체가 거의 없었으며 심지어 왼손으로 자신의 옷깃을 잡고 막아 허미미의 잡기를 차단하는 행위 또한 계속했는데 이에 대해 심판이 지도를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 첫째, 2017년 개정된 지도 관련 규칙에 따르면 3~5초간 공격의사(공격시도)가 없으면 지도를 준다.
- 둘째, 2020년 IJF 심판 규정에는 상대의 잡기를 피하기 위해 도복 깃을 손으로 막는 행위 또한 지도를 준다.
- 셋째, 동 심판규정 업데이트 및 2022년 IJF 심판규정 업데이트를 보면 한쪽 소매나 깃만 잡는 한쪽 잡기 상태(One side grip)에서 즉각적인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도를 준다.
이런 규칙이 있는데도 불과하고 심판은 데구치에게 지도를 거의 주지 않고 데구치의 방해로 공격시도가 실패한 허미미에게만 위장공격이라며 지도를 주어 경기 결과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쉽게 말해 데구치는 애초부터 점수를 얻어 승리하는 대신 업어치기가 주특기인 허미미를 상대로 오른손 한쪽 잡기 상태에서, 왼손으로 자기 도복깃을 막고 버티면서 허미미의 공격시도를 위장공격이라고 심판에게 어필해서 지도를 누적시키는 식으로 이기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이며 그게 먹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데구치는 경기 내내 허미미의 공격을 뿌리치며 주심 쪽을 계속 바라보며 위장공격이라고 어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IJF에서 그동안 수많은 규정 업데이트를 했는데 지도 3회 누적에 의한 판정패라는 방식이 생기면서 재미없는 시합이 됐고 판정 논란이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또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유도를 퇴출시켜야 한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과하고 왜 저 규칙에 문제가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시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 내용
허미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사실 금메달을 목표로 했었는데, 아쉽게 은메달인데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엄청 꿈이었으니깐 그래도 시합을 결승 나가서 하는 게 엄청 행복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미정 감독은 "마지막 위장 공격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허미미가 워낙 앉으며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이다. 상대가 모션을 크게 쓰면서 움직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계속 일어나면서 경기를 펼쳤는데 마지막에 위장 공격을 인정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메달 색깔의 문제지만 모두 기대를 했다. 허미미가 정말 열심히 싸웠다. 지난 5월에 데구치와 붙어 승리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긴장이 컸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이 처음이라 부담이 커 보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직전 대결서 힘을 너무 많이 썼다. 2분 정도 상대를 끌고 다니며 시간을 벌기로 했다"면서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여자유도의 메달을 따내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유도 인생이 많이 남았다. 금메달을 꼭 따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을 보냈습니다.
프로필 : 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2021년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했습니다.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던 허미미는 2022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 중
허미미는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이중국적이었고 학창 시절에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로 뛴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 살다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한국어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태극기를 달고 일본어로 인터뷰를 하는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아예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국으로 귀화한 이후에는 한국어가 매우 유창해져 지금은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허미미가 한국 국적을 선택한 것은 할머니의 유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할머니가 생전에 여러 차례 "미미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경북체육회에 입단하였다고 합니다.
허미미 선수는 일제강점기 경상북도 군위군에서 활동하였던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이 선수 등록을 위해 허미미의 본적지에 방문했다가 군위군 관계자로부터 그가 허석 의사의 후손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에 김 감독은 경북도청, 국가보훈처, 주일대사관 등은 물론이고 지역 면사무소까지 직접 찾아다니면서 가족 관계를 조사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까지 지원하여 조사를 해본 결과 허미미의 할아버지 허무부 씨가 독립운동가 허석 의사의 증손자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허미미는 허석 선생의 5대손입니다.
경력
허미미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9년 6월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열린 한국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을 하였습니다.
2022년 6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유도 그랜드슬램에서 시니어 무대에 데뷔, 8강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라파엘라 실바를 꺾었습니다.
또한, 4강에서는 세계랭킹 4위 레파르텔리아니 에테리를 격파,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7위 스파크 폴린을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같은 해 10월 초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쉽게 5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같은 해 10월 말 UAE에서 열린 아부다비 그랜드슬램에도 참가하여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노라 자코바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2023년 1월에는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 리우올림픽 우승자이자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라파엘라 실바를 다시 격파하고 금메달을 땄습니다.
2023년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플레이 스타일
허미미의 플레이 스타일은 업어치기가 주특기이며, 메치기에서 굳히기로 들어가는 연계에 능숙한 선수입니다. 이번 실바와의 준결승에서 사용한 기술입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주로 택한 전략은 특유의 압도적 체력을 바탕으로 장기전 싸움으로 보입니다. 수비적으로 연장에 연장을 더하여 버티며 심리적으로 초조함을 유도하여 반칙과 그로 인한 반칙 점수에 대한 압박으로 과다한 체력소모를 이끌어내 극후반부에 결정타를 노리는 전략을 주로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과거 김재범 선수의 전략과 비슷해 보입니다.
마무리
3전 3패의 천적 선수를 넘고, 리우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를 잡으면서 한껏 기세를 올렸던 허미미는 결승 내내 공격 한번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한 데구치에게 패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간다는 허미미의 말에 더욱 가슴이 아픈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어린 허미미의 당당한 모습에 앞으로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우리의 영웅 허미미. 앞으로도 다치지 말고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